안동 산불 피해지역 여행 (로컬소비/제로웨이스트/지역문화)

산불 피해지역이라는 편겨을 버리고 망설이다가 여행을 다녀왔는데 괜찮은 정보들을 같이 공유드립니다. 끝가지 한번 보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산불뉴스를 보면서 한동안 그 지역 여행은아예 생각도 안했습니다. 피해 현장을 직접 마주하는 게 불편할 것 같았고, 뭔가 실례가 되는 것 같다는 느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화재 피해 지역에 여행 지원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기사를 우연히 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안동으로 향했습니다.

편견이 먼저였습니다, 로컬소비가 답이었습니다

안동으로 가는 길에 차창 너머로 보이는 산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까맣게 그을린 나무들이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뉴스 화면으로 볼 때와는 체감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아, 이게 진짜 피해구나' 싶었습니다. 솔직히 그 순간 좀 멍했습니다.

그런데 숙소에 도착하니 사장님이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는 겁니다. 그 따뜻한 첫인상이 그 멍했던 기분을 좀 풀어줬어요. 마을 주변은 이미 어느 정도 복구가 진행된 상태였고, 생각보다 훨씬 일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사실 '아직 복구도 안 됐을 텐데 가면 실례 아닐까'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제가 너무 걱정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의식적으로 로컬소비를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로컬 소비란 여행지 대형 프랜차이즈 대신 그 지역에서 생산하고 운영하는 식당, 상점, 체험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는 소비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외지 본사로 돈이 빠져나가지 않고 그 동네 안에서 돈이 순환하게 만드는 것이죠. 저는 숙소 사장님께 추천 받은 마을 식당에서 밥을 먹고, 인근 레저 업체의 체험 프로그램도 이용했습니다. 혼자서 얼마나 된다고 싶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저처럼 일부러 찾아온 분들이 생각보다 꽤 많았습니다. 그게 좀 위안이 됐습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한 관광 활성화 지원은 피해 주민의 소득 회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순한 기부보다 오히려 '소비'라는 행위가 더 지속적인 지역 경제 회복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여행은 꽤 실질적인 지원 방식입니다(출처 : 행정안전부). 저는 그 사실이 이번 여행 내내 마음에 걸렸고, 덕분에 평소보다 조금 더 의식적으로 지갑을 열게 됐습니다.

여행지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것, 제로웨이스트의 현실

이번 여행에서는 텀블러와 에코백을 챙겼습니다. 사실 매번 챙기면서도 귀찮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왠지 꼭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불로 이미 상처를 입은 땅에 쓰레기까지 남기고 오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제로웨이스트란 여행 중 발생하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등 쓰레기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애는 여행 방식을 말합니다.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텀블러 하나만 챙겨도 하루에 종이컵 두세 개는 쉽게 줄일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장에서 산 음식을 에코백에 담아 벤치에 앉아 먹는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됐습니다.

탄소발자국 이라는 개념도 한번쯤은 생각해볼 만합니다. 탄소발자국이란 한 개인이나 집단의 활동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수치화한 것입니다. 여행은 이동 자체가 탄소를 배출하는 활동입니다. 그렇다고 여행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 현지에서의 소비 방식과 생활 습관으로 균형을 맞추는 게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여행 중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1박 2일 기준 평균 약 200~300g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감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출처 : 환경부).

혹시 여행 중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아래 순서로 하나씩 적용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1. 텀블러와 장바구니(에코백)는 출발 전 필수 아이템으로 챙긴다
  2. 숙소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칫솔, 샴푸 대신 개인 세면도구를 사용한다
  3. 테이크아웃 시 개인 용기 사용 가능한지 미리 묻는다
  4. 자연 방문 후 가져온 쓰레기는 반드시 도심 분리배출 장소에 버린다
  5. 먹다 남기지 않는 것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이다

다섯 번째 항목은 사실 제가 이번에 새로 마음먹은 부분입니다. 안동의 한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다 먹고 나서 사장님께 "너무 맛있어서 다 먹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분이 환하게 웃으시더라고요. 그 웃음이 꽤 오래 생각났습니다.

지역문화를 존중한다는 것, 손님의 태도에 대해

여행지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일까요? 그냥 돈 내고 즐기는 소비자일까요, 아니면 잠깐 그 동네에 초대받은 손님일까요? 저는 이번 안동 여행을 다녀오면서 이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오버투어리즘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버투어리즘이란 특정 지역에 여행객이 지나치게 몰려 현지 주민의 일상이 침해되고, 자연 환경과 문화유산이 훼손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유럽의 몇몇 도시에서 이미 큰 사회 문제가 됐고, 국내에서도 일부 인기 여행지에서 비슷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에 안동에서는 다행히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되레 그게 경각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조용하고 정겨운 이 마을이, 과도한 관심을 받으면 어떻게 변할지 생각해보게 됐거든요.

지역문화 존중은 거창한 게 아닙니다. 골목에서 사진을 찍을 때 주민분께 먼저 허락을 구하는 것, 새벽에 숙소 근처 주택가에서 목소리를 낮추는 것, 역사 유적지에서 손으로 만지거나 올라가지 않는 것. 솔직히 저도 예전에는 무의식적으로 지나쳤던 부분들입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이 마을 사람들도 산불 때문에 힘드셨을 텐데'라는 생각이 자꾸 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됐습니다.

문화유산 보호라는 측면에서 보면, 안동은 하회마을을 포함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장소를 품고 있는 도시입니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관람객의 부주의한 접촉과 행동이 문화유산 노화를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 보는 그 장소를 다음 세대도 볼 수 있으려면, 지금 여기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진짜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번 안동 여행을 통해 제가 확실히 느낀 건 하나입니다. 피해 지역이라는 이유로 발길을 끊는 것보다, 일부러라도 찾아가서 조금이라도 소비하고 오는 것이 훨씬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반값 여행 지원금 같은 정책적 지원도 있으니, 그것도 적극 활용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여행은 결국 내가 그곳에 어떤 인상을 남기고 오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쓰레기가 아니라 따뜻한 기억을, 민폐가 아니라 고마운 손님의 흔적을 남기고 올 수 있다면, 그게 진짜 잘 다녀온 여행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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